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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어렸을 때는 산책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더운 여름날 밤길 산책이 좋았습니다. 방학때는 낮에도 몇시간 걸려 시골길을 걷곤 했습니다만, 따가운 햇볕이 있는 낮보다는 기온이 내려가 선선한 여름의 밤길이 좋았습니다. 무작정 방향을 정해 걷고 걷고 걷습니다. 그러다 조금 힘들어지는 느낌이 오면 방향을 다시 잡아 돌아오곤 합니다.

선배 누님들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기도 하고, 후배 여자애가 사는 동네를 지나가기도 합니다. 처음 가 보는 동네도 몇번이나 가다 보면 제법 익숙해집니다. 아스팔트를 따라 걷다 보면, 걷기 편한 도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도로도 있었습니다. 발바닥을 통해 전해 오는 느낌이 아주 딱딱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얕은 쿠션이 느껴지는 곳도 있었습니다. 시골의 흙길도 그렇습니다. 마른 황토흙이 좋은 느낌을 주는 길이 있었는가 하면 진흙길이 비로 인해 흙탕길이 되는 것을 막느라 그랬는지 발을 아프게 찌르는 자갈이 많은 곳도 있습니다. 그러다 시멘트 포장을 한 길을 걷게도 됩니다. 시멘트 포장길은 참 싫었습니다. 딱히 발바닥을 아프게 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오래 걸을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제법 넓은 길을 따라 걷다 산길을 발견하면 산을 오릅니다. 어두운 산그늘은 산 전체를 까맣게 덮습니다. 특히 달빛이 무척 밝은 날이면 그늘은 더 짙습니다. 그리고 달의 반대편에서 보는 커다란 나무는 괴기스럽지만 그 느낌도 좋았습니다. 무척 좋은 느낌의 밤길은 달이 노랗게 빛나고, 하늘은 아주 짙은 파란색입니다. 그리고 별이 간간이 하늘에 박혀 있습니다. 산그늘은 검게 드리워집니다.

지금은 별을 보기가 어렵지만, 그 시절의 시골엔 별이 참 많았습니다. 지금의 하늘에 보이는 은하수는 그저 별이 조금 더 많네...라는 정도지만 달빛이 없는 체로 맑은 밤하늘엔 별이 참 많습니다. 은하수는 정말로 시골의 흐르는 개울에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이듯이 그렇게 많은 별들이 반짝였습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시골길과 들과 산과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이른 산책길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방을 던져 놓고 바로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해가 한참 있을 때지만, 어느듯 걷다 보면 서편의 산을 넘어가려는 커다란 해가 이글거립니다. 한낮에 보는 해의 크기보다 몇 배나 더 큰 해가 넘어갑니다. 그럴 즈음이면 아궁이로 밥을 짖거나 소여물을 끓이는 집의 김이 올라와 마을 위에 작은 구름을 만듭니다. 구수한 쇠죽냄새, 밥냄새가 코를 간질입니다. 때로는 저 멀리 놀러 나간 아이를 부르는 소리, 누렁이를 부르는 소리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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