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이면 스산한 바람이 불곤 합니다.
사는 곳이 바다와 가까운 곳인지라 바다와 산의 바람이 아침과 저녁으로 두 번 바뀝니다.
저녁 무렵 해가 산을 꼴딱 넘어 갈 즈음에 산에서 내려오는 스산한 바람이 창을 통해 들어 오면,
아... 또 하루가 저무는 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 것도 가을의 하루가요.
어린 시절에, 방과 후 청소를 마치고 놀다 보면, 서쪽으로 발간 낙조를 드리우며 온 하늘을 발그스럼하게 물들이는 해를 오른편으로 두고 집에 가곤 했습니다.
운동장을 지나, 교문 쪽으로 가다 보면 수위아저씨가 모여 있던 갈색 낙엽들을 태웁니다.
매캐하면서도 달콤한 낙엽타는 내음입니다. 지금은 추억으로 남은 내음이군요.
2 가지 향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많은 향수들이 있고, 향조사들에 의해 지금도 개발되고 있을터이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향수는 풀냄새와 바로 낙엽 태우는 냄새입니다.
싱그런 풀들을 베어 얼마동안 두면 참으로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도회지에서만 자란 아이나 어른들은 그 내음을 모르겟지요.
쇠꼴을 베어, 지게에 지고 내려와 외양간 옆에 풀썩 쏟아두면 그 곳에서 얼마지나지 않아 참 달콤한 냄새가 납니다. 아침, 저녁으로 볏짚이랑 섞어 누렁이에게 주기도 하고 싱싱한 풀이 없는 철이면, 마른 풀이나 아니면 볏짚을 삶아 주기도 합니다. ^^ 홍차 냄새가 납니다.
한 때, 홍차가 유행한 적이 있었지요? 도회지 사람들이야, 소여물 삶는 냄새를 맡아 보지 못했으니 참으로 새로웠을 것입니다만, 저야 볏짚을 삶아 소에게 주는 소여물을 아는 지라 냄새만으로도 사람이 마시기에 조금 껄쩍지근했습니다. ^0^;;;
때로는 시골에서 나서 그런지, 시골의 퇴비 냄새도 좋습니다. 물론, 처음 맡아 보거나, 너무 오래 맡으면 질색이거나 질려 버린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요. 거름의 냄새도 나름 좋답니다.
싱그런 풀 베어낸 냄새 다음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낙엽타는 냄새입니다만 이 것은 어쩐지 잘못 만들면 최루탄 냄새가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낙엽타는 연기를 잘못 들여마시면 한바탕 숨쉬기도 힘들고, 눈물도 찔끔나고 코도 매캐하게 맵습니다. ^^ 그렇지만 좀 멀리서 약하게 퍼져 나오는, 낮게 깔리는 초저녁의 공기와 함께 퍼지는 내음을 맡으면 어찌나 좋은지요...
학교랑 집이 같은 동네에 있으면 알기 힘들지만, 집이 옆동네에 있다거나 집이 산자락 아랫동네에 있다거나 하면 심심찮게, 집집마다 굴뚝에서 올라온 연기가 하늘로 곧게 올라가 어느 즈음에 낮게 깔리는 것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그 모양을 보면 아 저 집에 밥하는 구나 싶죠 ^^;;
좋은 풍경이었습니다. 그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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