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를 희롱한 정승

경영/철학 2010. 1. 30. 16:50 posted by 향기로운바람

고려를 뒤엎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태조는
자신을 도와 나라를 개국한 공신들을 모아 잔치를 열었다.

공신들이란 대부분 고려를 배반한 벼슬아치들이었다.

이 자리에는 고려의 수도였던 송도의 유명한 기생 설중매가 다른 기생들과 함께 흥을 돋우고 있었는데,
잔치가 무르익어 술이 취한 정승이 얼굴도 예쁘고 노래와 가야금 솜씨가 뛰어난
설중매에게 반해 치근덕 거리기 시작했다.

"설중매야!"
"네, 정승 어른."

자신의 신분을 익히 잘 알고 있던 설중매가 정승의 희롱을 적당히 받아 넘기며 대답했다.

그러자 대감이 한술 더 떠 설중매에게 말했다.
"듣자니 너는 아침을 먹는 집과 잠을 자는 집이 다르다고 하는데 정말이냐?"

순간 설중매는 정승의 예의에 어긋나는 질문을 듣고 싸늘하게 식어 버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동쪽 집에서 아침을 들고 서쪽 집에서 잠을 청한다 한들 대체 그것이 무슨 잘못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러나 정승은 자신의 지위와 일등 공신이라는 우월감에 젖어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밤은 나와 지내도 별상관이 없겠구나. 그렇지 않느냐?"

말을 마치고 웃어대는 정승을 노려보며 설중매가 대답했다.

"정승 어른의 말씀이 백 번 옳으십니다. 소문처럼 이집 저집 드나들며 자는 저와,
어제까지는 고려의 신하요 오늘은 조선의 신하인 정승 어른이 함께 밤을 보낸다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이 아니겠사옵니까?"

설중매의 정조관념을 비웃음으로 삼고 희롱하던 정승에게 돌아온 날카로운 비수였다.

=====
약점을 무기로 사람을 얻으려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는 없다.
약점을 들킨사람은 반드시 그보다 더한 상대의 약점을 꺼내려 하기 마련이다.
======

'경영/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공하려면 말투부터 바꿔라  (0) 2012.07.04
성공할 사람과 실패할 사람의 자세 38개 유형  (0) 2010.05.23
또 하나의 힘  (0) 2010.01.25
여도(餘挑)의 죄  (0) 2010.01.20
똥박사라 불리는 박박사  (0) 2009.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