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유산상속

마음다루기 2009. 10. 17. 12:53 posted by 향기로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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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 손변이라는 사람이 지방장관격인 경상도 안렴사가 되었을 때 일입니다.
어느 날 한 고을에 사는 오누이가 손변을 찾아와 부모가 남겨준 재산을 두고 서로의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오래 전 오누이의 부친이 죽으면서 모든 재산을 딸에게 남겨주고,
남동생에게는 값어치 없는 검의 의관과 검은 갓 한 개, 미투리 한 켤레, 종이 한 권만을 달랑 남겨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아우는 이러한 유산상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송을 한 것이었습니다.

손변은 먼저 아우의 말을 들어보았습니다.
"한 날 한 하늘 아래,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는데 어찌해서 누이 혼자 부모의 재산을 다 얻어야 합니까?"

그러자 누이가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집 재산을 모두 나에게 물려주시고,
 아우의 몫으로는 검은 갓 한개와, 검은 의관 한 벌과, 미투리 한 켤레와, 종이 한 권을 남겨 주셨을 뿐입니다.
 여기에 아버지가 쓰신 증서가 있는데 어찌 이를 어길 수가 있겠습니까?"

오누이의 송사는 두 사람의 주장이 다 옳은 면이 있었기에 판결 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손변은 곰곰히 생각한 후 두 사람을 불러놓고 물어보았습니다.

"너희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어머니는 어디에 있었느냐?"
손변의 물음에 누이가 대답했습니다.
"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그럼 너희 부친이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각각 몇 살이었느냐?"
또 누이가 대답했습니다.
"저는 출가하였고, 아우는 어릴 때입니다."

대답을 다 들은 손변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타이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아들이나 딸에게도 똑같은 것이다. 그 어찌 장성하여 출가한 딸에게만 후하고, 어미도 없는 어린 아들에게 박하게 하였겠느냐.
돌아보건데 어린 아들을 부탁할 자는 누이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어린 아들에게도 누이와 똑같이 재물을 나눠주었다면 누이가 동생 사랑하는 것이 지극할 수 있었겠는가?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니다. 혹여 아우 양육하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을까 우려하신 것이다.
아들에게 종이와 의관과 미투리만 남긴 것은 이러한 뜻이다
아들이 장성하면 이 종이로 고소장을 쓰고, 검은 갓과 의관을 걸치고, 미투리를 신고 관가에 고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장차 이 일을 판별하여 줄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네가지 물건만을 남겨준 뜻은 대체로 이러하니 너희들은 선친의 현명한 뜻을 잘 새겨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손변의 판결을 듣고 감동하여 서로 마주보며 울었습니다.
손변은 두 사람에게 재산을 똑같이 나누어주었습니다.

우리는 간혹 물질에 눈이 멀어 현명함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종종 집안의 재산싸움으로 형제간의 의가 단절되고
남보다 더 소홀한 관계에 놓여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경제력'만으로 세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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