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기부한 어느 재일교포사업가의 글

경영/철학 2007. 12. 1. 14:47 posted by 향기로운바람

고려대학교 「일본학 연구센터」에 발전기금을 기탁하면서        

                                            MK그룹회장     유 봉 식




들어가며

저는, 일본 교토에서 MK 택시를 창업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발이 되어 기쁨과 감동을 드리며, 일본의 새로운 택시 문화를 창조해 왔습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 MK 택시는 수많은 교통기관 중 JR 등 일본의 철도 회사와 함께 택시업체로는 유일하게 명품「브랜드」로 선정되어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사랑과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택시요금을 인하하는 등 당시로는 금기시되던 “규제” 타파에 과감히 도전함으로써, 운수업계의 풍운아라고 야유 받곤 했습니다.

현재 민족금융기관인 긴키(近畿)산업신용조합 경영을 맡게 되어, 회장으로서 일본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금융환경 가운데서 어떻게 하면 제일동포에게 도움이 될까 매일 분투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국 한국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이라든가, 태평양 경제위원회 서울국제총회 등에 참석하는 한편 여러 곳에서 강연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24일 고려대학교에서 초청받아, 제가 그동안 일본에서 함양해온 기업정신을 중심으로 “성공하기 위한 비결은 「친절」”과 같은 이야기를 강연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1. 기부에 즈음하여

제가 아는 바로는, 고려대학교가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일본학연구센터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고려대학교에서의 강연을 인연으로 제가 경애하는 재일사업가이며 선배로서 커다란 업적을 남기고 계신 일본 교토 ANA호텔의 곽 유지회장님과 함께 기부를 하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곽 유지 회장님은 현재 88살, 저는 77살입니다만, 둘 다 젊어서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60년간, 또 70년간, 온갖 고생을 다 하고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면서 땀 흘려 나날이 고난과 싸워왔습니다.

이번에 기부하는 기금은 이와 같은 땀과 고생의 축적인 정성어린 돈입니다.

  또한 “우리의 「선의」가 한일 양국 문화에 도움이 되고”, “우리의 행위가 국가와 국민의 의식 구조를 바꾸는 데 일조해 주었으면 좋겠다. ” 는 강한 바람에 촉구된 것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우리의 돈이, “일본을 따라잡고, 앞지르기” 위한 정신문화의 전파와, 일본 등으로부터 가일층 기술을 습득하는 등, 진정 가치 있게 쓰이기를 절실히 바라는 바입니다.




2. 한일 양국의 현황에 대해서

이제, 작금의 한일 관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하여 양국의 현황부터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도탄의 괴로움을 맛보았지만, 이제 겨우 디플레이션의 대 불황을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수상의 확고한 신념과 흔들림 없는 리더십 하에 제 금융문제를 해결하고, 우체국의 민영화 법안 성립, 재정재건 및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의 이행에 착수하는 등, 일본의 근간에 관계되는 구조계획에서 성공을 거두어 가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 IMF 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노사 문제를 비롯하여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길과 방향성을 국민에게 제시하면서 그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또한 11월에 교토를 방문한 부시 미대통령은 연설 중 한국에 대해, 『아시아에서, 자유롭고 열린사회를 이미 구축하고 이번 APEC 주최국이 된 한국은 극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경제의 자유화에 의해 국내적으로는 공업국으로, 국제적으로는 무역대국이 되었다. 풍요로워진 중산층은 점차 자유로운 선거와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을 지는 민주적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이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온 점과 근대국가를 이루어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한일 양국은 수많은 어려움을 타개하는「저력」이 있으며, 공히 개혁을 향한 진취적 정신이 넘치기 때문에 「경쟁과 협조」의 파트너십 하에 미래가 한층 더 기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일의 국력 특히 경제력의 확연한 격차가 두 나라 평등하고 공평한 관계를 저해하고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3. 문제점을 야기하는 한일관계

일본은 지난 총선거에서 고이즈미 수상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신임되었습니다만, 고이즈미 수상은 원래 강경파이며, 관방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격)인 아베 신죠씨, 총무장관인 아소 다로씨 등과 함께 그 언행으로 보아 보수우익적인 정치체질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개발 등에 대한 대응,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위대의 파견기간 연장 (장차 재군비의 포석이 되기 쉬운) 등으로 일본의 “우경화”가 진척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 고이즈미 수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한국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만, 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한국국민의 심정을 충분히 알면서도 고자세로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 근저에는 비록 한국이 일시적으로는 반발해도, 일본의 경제력에 굴복하고 있으니까 이제 곧 머리를 숙이고 들어올 거다, 라고 얕잡아 보는 기색이 엿보입니다.

이것은 국력, 특히 경제력의 격차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교만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에 화를 내기 전에 스스로 국력을 증강시키고 어떻게 하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등한 입장이 되어야 비로소 상대방의 압력을 억누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징적인 사례를 볼 것 까지도 없이, 한일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경제력의 격차를 무기삼아,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압”을 한층 더 강화하고, 한국은 거기에 영합하는 풍조가 싹트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4. “역사는 되풀이 된다”…역사에서 배운다.

고대로부터,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자주 말해집니다. 저는 일본의 “우경화”와 한국을 도발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현상으로 보아 일본에서 옛날의 식민지정책의식이 아직 불식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느낍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1910년 일본이 한국을 합병하고 36년간에 걸쳐 식민통치한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자력에 의한 근대혁명을 주장하는 그룹과 일본과의 합병이 근대화를 도모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그룹으로 국론이 양분되었고, 그러한 분열과 혼란은 불행한 역사의 막을 열게 했던 것입니다. 당시의 상호의존 (もたれあい) 구조 중에서 결과적으로「의존·의거」의 길이라는 안이한 해결책을 선택해 버린 것이 그 후의 혼미를 초래한 사실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적 제압” 등에 대한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작금의 움직임을 보면 식민지시절의 정치체질을 질질 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의존·의거」가 아니라 숭고한「자주·독립」이며, 이 정신문화를 금후 어떻게 전파해 갈 것인가가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5. 고려대학교가 정신문화 “혁명”을 일으키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기축은 당리당략도 아니고 자기이익이나 보신도 아니고「모든 것은 바람직한 국가란 어떤 것인가, 어떻게 나라를 위해 일치단결할 것인가」하는 한마디에 그칩니다. 이것은 국가를 이루어감에 있어서 또 국가의 안녕과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서로 의견이 달라도, 메워야 할 골이 깊어도, “사심을 버리고, 어떻게 국가에 공헌할까”를 생각한다면 저절로 소이(小異)를 버리고, 대동(大同)을 따르게 됩니다.

국난에 휘말리는 위기를 비롯해 환경의 격변에 부딪혔을 때, 무엇보다도 먼저 국가를 최우선(第一義的)으로 생각한다면, “기름과 물”이든, “견원지간”이든 함께 손을 잡는 것이 우리들의 양심이 아닐까요? 그러나, 우리들 국민 하나하나가 「내 이익을 위해서라면 나라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라는 정신문화가 만연하게 된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까요?

도저히 미래의 전망은 그려지지 않을 것이고, 조만간 쇠퇴하여 다른 나라, 예컨대 다시 일본에 합병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얘기는 바뀝니다만, 고려대학은 연세대학처럼 외국인이 세운 학교가 아니고, 민족의 독자적인 힘과 예지로 설립되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러한 설립경위를 봐도 고려대학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독립」이라는 두 글자의 혁명정신을 솔선하여 수립해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고려대학교에 면면히 흐르는 독립․독보라는 정신을 한국을 위해, 그리고 전 국민을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경제적 독립”이라는, 즉,「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기」위한 정신문화의 혁명을 일으키는데 솔선해 주기를 절실하게 바라는 바입니다.

그리하여 고려대학교가 내뿜는 힘찬 메시지가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일신하고, 근본적인 의식개혁을 다그쳐 국가와 국민을 분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처럼 금후 고려대학교가 일으킬 정신문화 혁명이 대한민국 구석구석까지 골고루 미칠 것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6.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로부터, 「의거·의존」이 아니라 「독립」정신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현재 일본이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한국을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제압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 나아가 「정신문화혁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실현해갈 것인지를 이미지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이며, 이번 기부와 관련해서 국가와 국민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1) 예컨대, 마라톤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앞서 달리고 있는 주자와 1Km 뒤쳐진 주자의 경우 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것이 자명합니다. 또 앞선 주자가 사고를 당할 확률도 극히 낮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악물고 지구력을 키우고, 조금씩 속력을 높여서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추월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2) 그리고 한국이 실로 독립하기 위해서는「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는」것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만, 이미 큰 격차가 생긴 지금, 이제까지와 똑같이 몸에 익은 사치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이 격차를 줄이는 일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확대될 뿐입니다.

(3) 따라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극단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일본인이 자고 있는 동안에 일한다든가,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든가, 실질적으로 일본인보다 두 배 세 배 일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좀 더 비근한 예를 들자면 일본인이 쌀밥을 먹는다면 한국인은 보리밥을 먹고, 그 절약  한 몫을 장래를 위해 비축하고 저축해 가야 합니다.

(5) 일본이 많은 고생을 거듭하며 미국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미국보다 더 발전시켜 기술대국이 된 것처럼, 이번에는 한국이 일본의 우수한 기술을 거듭 습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일본 이상의 기술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단 이때, 지금처럼 사치하거나, 편안하게 살려는 생활 태도와 일에 부딪혀가는 자세로는 도저히 안 된다는 이야기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6) 또한 일본의, 약진의 비결인 일본인의 검소·근면·겸손 등의 강점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배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기개가 필요합니다.「근검」,「절약」은 사치라든가 편하게 살려는 이완된 정신을 바르게 하고, 긴장하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경영자들이 이 정신을 다시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노동자들도 이에 호응하여 각자의 정신구조를 변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7) 나아가 이것들은 국가와 국민이「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한다」는 목표와 슬로건 하에 절차탁마하여 맹렬한 “의식대개혁”을 전개할 때 비로소 실현가능해집니다.

아무리 허들이 높아도 구성원 전원이 일치단결하면 “하면 되는” 겁니다.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는」과정에는 고생과 곤란이 수없이 가로놓여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고생과 곤란을 극복하면 장래 많은 보상을 받게 됨과 동시에, 지금보다 한층 더 미래가 넓어지 ,후세대에 좋은 것을 남기게 됩니다.

참고로 긴키산업신용조합의 사가 중,「고생 끝에 기다리는 무지개야 말로 즐거워라」라는 소절을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기부금이 이와 같은 정신문화혁명에 이바지하고 유익하게 쓰이기를 기원하고 있겠습니다.




7. 후퇴는 용납되지 않는다

저는 지금 한국이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되기에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합니다.

「독립」이라는 정신문화혁명, 즉「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기」위한 의식대개혁과 거기에서 끌어내질 비약적인 경제력 발전이 가능할 것인지. 아니면 종래대로의 의식과 방법으로 개혁을 포기하고 일본의 “경제적 제약”에 영합해도 괜찮다고 하는 안일함에 빠져버릴 것인지 하는 “국가존망”의 기로가 그것입니다.

「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하기」를 방치해 버리면, 후진국처럼 되어버릴 리스크를 끌어안게 됩니다. 후퇴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지금 이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나라를 위해서라면 소이를 버리고 일치단결하겠다」는 드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세대가 희생과 부담을 짊어진다 하더라도 일본의 경제적 제압을 물리치면서 국가 재건에 매진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남긴다고 하는 인간으로서 최고의 덕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며

저는, 이번 기부금 기탁에 즈음하여 고려대학교가 앞장서서 지금까지 말씀드려온 정신문화를 튼튼하게 싹틔워 줄 것을 예의주시하겠습니다.

우리의 땀으로 일구어진 돈이 진정 가치 있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고려대학교 일본학연구센터 건립을 비롯한 개교 100주년을 계기로 가장 독립정신이 넘치는 여기 고대에서, 위와 같은 “혁명”의 불꽃이 피어오름과 동시에 일본으로부터의 진정한 경제적 독립과「일본을 따라잡고 추월한다」는 사상을 강하게 전파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돈을 죽이지 말고 꼭 제대로 살려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이러한「독립」정신을 향한 뜨거운 마음과 모국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영원히 살아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