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코리아인터넷닷컴 저자: 이종운 | 날짜:2003년 12월 15일
e토이즈(1996-2001)
e토이즈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의 경영진이었던 토비 렌크(Toby Lenk)와 아이디어랩(Idealab!)의 창립자 빌 그로스(Bill Gross)가 1996년 설립한 온라인 아동 용품 판매 사이트였습니다.
e토이즈의 전성시대
원래 장난감 쇼핑 사이트로 출발한 e토이즈는 한때 아마존, 야후, e베이와 함께 가장 촉망 받는 닷컴 기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e토이즈는 미국 전역에 ‘인터넷 장난감 전문 매장’이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장난감 판매 사이트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2000년 12월 PC 데이터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e토이즈는 2000년 11월 한달 동안 48만 명 이상의 구매 고객을 끌어들이며 미국 전자 상거래 사이트 순위 7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브랜드의 명성만큼이나 e토이즈는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많은 각광을 받았습니다. e토이즈는 사이트를 이용하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CRM 기술을 도입하고 고객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사이트 내 다양하고 획기적인 상품 분류 방식을 도입해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었습니다. e토이즈 사이트에서 고객들은 장난감의 가격, 주제, 나이, 취미, 심지어 아이의 장래 희망에 따라 원하는 장난감을 고를 수 있었고, 장난감을 산 뒤엔 원하는 제품 포장지까지 고를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런 세심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 상거래 기업은 드물었죠.
브랜드에 대한 맹신, 그리고 과잉 지출
그러나 e토이즈는 수익에 비해 지출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e토이즈는 한해에 7억 5000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려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극단적인 ‘지출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e토이즈의 지출 과잉은 브랜딩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됐습니다. e토이즈의 창립자인 토비 렌크는 회사의 사활이 세계화, 브랜드 확장에 달려 있다고 믿었고, 그의 신념에 따라 e토이즈는 과도한 양의 예산을 브랜딩에 쏟아 부었습니다.
1999년과 2000년, 아마존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 상거래 업체들은 방송 광고를 포기하면서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고 있었는데도, e토이즈만은 매년 3600만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TV 광고에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구축된 e토이즈 브랜드는 오히려 e토이즈가 사업을 확장하는데 큰 장애물이 됩니다.
e토이즈는 연간 7억 5000만 달러라는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해야 했습니다. 1999년부터 e토이즈는 출산/육아 전문 사이트, 베이비센터(BabyCenter)를 인수하는 등, 장난감 뿐만 아니라 음반, 취미 용품, 비디오, 소프트웨어 등 아이들을 위한 모든 상품을 판매하는 웹 사이트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그러나 e토이즈의 브랜드 이미지는 사업 초기부터 대대적으로 방영된 TV 광고 덕분에 ‘장난감만을 위한 사이트’로 굳어져 있었습니다. 결국 장난감 이외의 제품의 팔기 시작한 e토이즈는 신제품의 매출 향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죠.
놓쳐버린 기회, 수익성의 악화
결정적으로 e토이즈는 TV 광고만으로는 수익을 늘리기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전자 상거래 기업들은 무료 사은품, 무료 배송 서비스, 가격 할인, 쿠폰과 같은 비교적 저렴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e토이즈는 이번 방법을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e토이즈는 미디어 광고에만 주력하면서, 고객들을 구매로 이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소홀했던 것이죠.
이런 e토이즈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오프라인 사업체와의 연합이었습니다. 2000년 여름, 미국 최대 장난감 기업인 토이저러스(Toys R Us)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e토이즈와 제휴 관계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렌크는 e토이즈가 오프라인 사업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홀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제안을 거절합니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아마존과 온라인 사업 제휴를 맺었고, 아마존은 토이저러스의 방대한 제품 인벤토리와 유통망을,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 상거래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2000년 12월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토이저러스의 판매량은 1억 24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제휴 계약의 효과를 톡톡히 봅니다.
반면, 토이저러스와의 제휴 계약에 실패한 e토이즈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습니다. 같은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e토이즈의 매출액은 예상에 크게 못 미쳤고, 이때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한 e토이즈는 결국 다음 해인 2001년 4월 문을 닫고 맙니다.
e토이즈 몰락의 다양한 원인
e토이즈의 가장 큰 실패 원인은 무조건 크게 되겠다는 과욕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창립자 렌크는 1997년 6월 사이트를 오픈할 때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는 회사의 다른 경영진이 작은 규모를 유지하며 좁은 틈새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렌크는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월등한 고객 서비스와 편리함을 앞세운다면 기존의 오프라인 장난감 업체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었습니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오프라인 기업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선 고객 서비스나 편리함 이외에 더 강력한 구매 동기를 부여해야 했습니다. 이를테면 더 저렴한 가격 같은 것인데, e토이즈는 이미 매우 적은 이익 마진으로 물건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매우 불리했습니다. 오프라인 경쟁사인 토이저러스의 경우 대량으로 물건을 조달/관리/판매하기 때문에 훨씬 싼 가격에 물건을 들여놓고 더 높은 마진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었죠.
e토이즈의 거품 성장은 창립자의 고집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닷컴 시장에서는 무모한 개척자들이 대접 받는 분위기였습니다. 투자자들은 단시간 내에 거대한 주식 차익을 남기기 위해 닷컴 기업들이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도록 재촉했고, 그에 따라 닷컴 기업들은 내실 없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야만 했습니다. 말하자면, e토이즈도 이런 투자자들과 주식 시장의 광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것이죠.
거대함과 화려함을 추구했던 e토이즈의 실패는 다른 소규모 인터넷 사업체들의 성공과 크게 대비되고 있습니다. 스마터키즈(SmarterKids.com)의 경우,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장난감만 판매하면서 제품 마진을 40%에서 50%까지 남기며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특히 2001년 한해 6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매년 25%의 수익 상승세를 보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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