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마음다루기 2012. 2. 20. 01:33 posted by 향기로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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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을 하다 보면 범죄행위에 대해 참기 어려운 감정이 생길 때가 있다. 어린 여학생을 납치해 재미삼아 집단으로 성폭행한 청년들, 돈 빌려준 친구를 살해한 사람, 교묘히 약점을 잡아 거머리처럼 돈을 뜯어 내 가정을 파탄시킨 사람. 이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 계속된 협박에 못이겨 자살한 사람, 성폭행의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여학생, 자녀앞에서 강도에게 성폭행 당한 주부가 견디다 못해 이혼한 경우도 보았다.
 
 재판정에서 이런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누이동생이나 어머니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겠어요?"하고 물은 적이 몇 번 있다. 이 질문은 법관이 감정을 나타낸 것으로 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 법관이아닌 인간으로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삐뚤어진 욕망 때문에 타인의 삶을 완전히 짓밟는 냉혹함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들 중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흔히 사이코패스라 하는 극단적인 유형이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를 보았는데, 그는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언론에 어떻게 보도 됐는지만 궁금해했다.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범죄가 피해자에게 어떤 고통을 주는지에 대해 무감각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양식을 보인다.

 내가 절망감을 느끼는 이유는 범죄행위의 잔혹함 자체보다 범행 당시 그들이 피해자에게 갖는 근본적인 마음자세에 있다. 피해자에게도 삶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에 전율하게 된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점이 무엇인가? 자신이 타인에게 원하는 그대로 타인에게 해주는 것이 인간관계의 황금률이다. 종교는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대승불교의 핵심은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마음에 있다. 타인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예수는 이런 마음으로 예루살렘을 바라보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홀로 눈물을 흘렸다. "가장미천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 이라는 예수의 말은 고통받는 사람을 돕는 것이 인간의 중요한 임무임을 깨우친다.

 프랑스의 아베 피에르 신부는 거리의 부랑자들을 모아 엠마우스 공동체를 창설해 수많은 사람들을 갱생의 길로 이끌었다. 이 일은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특사로 풀려난 불량배 조르주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는 출소한 뒤 가족에게서 버림받자 자포자기해 자살을 기도했다. 이 때 구호사업에 바쁘던 피에르는 조르주에게 "죽기 전에 우선 내게로 와서 좀 도와줄 수 없겠나? 그 뒤에 자네 마음대로 하게"라고 부탁했다. 

얼떨결에 피에르 옆에서 걸인들을 돕게 된 조르주는 점차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한 사람으로 변했다. 피에르는 "절망에 빠진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을 진정으로 돕는 일뿐"이라고 말한다.
 
 행복의 법칙은 단순하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수록 우리 내면에 자신감과 힘이 생기고 마음의 평화와 행복감이 커진다. 반대로 자기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자신만 위할수록 불안감과 두려움이 커져 삶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고통받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특사'다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행위 속에 하늘나라로 통하는 성숙과 행복의 길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들은 앞서 본 잔혹한 범죄자와 피에르 신부의 양 극단 사이에 서 있다. 자신의 돈, 즐거움, 경력에만 관심을 쏟고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사람들의 마음은 어둠을 피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그 의미를 진정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작ㅇ느 일부터 시작해보자. 내 친구는 늘 잔돈을 주머니에 넣더 다닌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주기 위해서란다. 행복한 삶은 자신만 위하고, 외적인 것만 구해서 결코 얻을 수 없다고 믿는다.

- 서울고등법원 윤재윤 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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