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와 반대로 된 운명
옛날 어느 마을에 관상과 사주를 잘 보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마을에서 가장 부자로 소문난 김씨가 아들을 데리고 와서 사주를 봐달라고 했는데, 얼핏 보아도 인물이 훤칠한 게 평생 돈 걱정은 안하고 살 관상이었고 사주 역시 마찬가지로 나왔다.
아들의 행복한 미래에 한시름 놓은 김씨는 만족해하며 복채를 두둑하게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집 아들이었던 덕수는 말할수도 없는 추남에 딱 보기만 해도 지지리 궁상맞은 팔자를 하고 있어, 사주쟁이는 덕수의 관상이나 사주를 볼 엄두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자식이 잘살기만을 바라던 덕수 어머니의 간절한 요청에 하는 수 없이 덕수의 운명을 봐줄 수 밖에 없었다.
관상과 사주로 본 덕수의 운명은 엉망이었지만 사주쟁이는 적당히 둘러 말해 주었다.
" 뭐 굶어 죽지는 않겠구만.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말게 크게 돈을 벌지는 못할테니까. 자네는 그저 아이들 착하고 바르게 키우는데나 전념하는게 좋겠어."
용한 사주쟁이의 말에 덕수 어머니는 크게 낙심하였지만 그래도 굶어 죽지는 않는게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고
눈물로 자리를 떠났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고향을 떠나 용한 사주쟁이로 전국을 떨쳤던 사주쟁이가 늙어 평온하게 생을 마감하러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랜 여행에 지친 그가 고향어귀에 잠시 쉬고 있을 때 한무리의 거지가 그의 앞을 지나가며 동정을 구하고 있었다. 사주쟁이는 돈 몇푼을 건네주다 그 무리에서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는 놀랐다.
거지들 틈에 그가 오래 전 운명을 점쳐줬던 부잣집 김씨의 아들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또한 놀라운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고향으로 돌아와 접한 소식에 의하면 복이라고는 하나도 타고나지 못했던 덕수가, 이제는 고향에서 가장 큰집에 살며 부를 거머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도 관상이나 사주를 잘못 본적이 없는 사주쟁이는 놀라 사람들에게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고 해답을 알게 되었다.
복을 타고났던 김씨의 아들은 그 복만 믿고 게으른 생활을 했을 뿐 아니라, 부모의 권력과 부를 등에 업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질러 부모가 죽자 패가망신의 길로 들고, 반면에 가진 복이 없는 덕수는 오히려 마음이 곧고 착하며 부지런하여 열심히 일하면서 조금씩 부와 인맥을 넓혀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던 것이다.
덕수는 부가 쌓여도 거만하지 않고 인맥을 넓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마을에서 평판이 좋았다.
사주쟁이는 그 둘을 보고 크게 깨달음을 얻었고, 자신의 죽음 앞에 제자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 사주보다는 관상이고, 관상보다는 심상이다."